제10회 KBS한국어능력시험 최고득점자 시험후기

2008.05.22

이미규씨죠? 이번 KBS한국어능력시험에서 920점을 받아 수석이십니다.”


 


하굣길에 걸려온 한 통의 전화. 휴대폰 액정화면에 낯선 번호가 떴을 때에는 요즘 극성이라는 보이스피싱인 줄로만 알고 오냐, 어디 얼마나 감쪽같이 속이나 보자.’라는 호기심으로 전화를 받았습니다.  다행히 전화는 KBS한국어진흥원으로부터 온 것이었고,  간단하게 제 소개를 하고 난 후에 듣게 된 저 수석이라는 단어는 참으로 충격적이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그럴 리가 없다고 전산 오류가 아니냐고 되물을 정도였습니다. 보름 전에 첫 한국어능력시험을 봤을 때 썩 잘 치렀다는 느낌을 받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준비기간이 너무 짧아 아쉬움이 컸었기 때문입니다. 시험후기와 학습법을 쓰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얼떨떨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부족한 학습량과 짧은 준비기간에 비하여 좋은 성적을 얻게 된 데는 나름대로 제게 잘 맞는 효과적인 방법이 있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한국어능력시험을 준비했던 3개월 간의 학습방법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1.     문법과 어휘 부분은 암기와 상용화(?)


 집중적으로 공부한다면 가장 점수를 얻기 쉬운 게 바로 문법과 어휘영역이 아닐까 싶은데요, 저도 시중에 나와있는 국어교재를 한 권 선택하여 공부했습니다. 처음에는 표기, 발음, 띄어쓰기, 외래어 등 각종 영역을 꼼꼼히 외우는 동안 여태 수없이 틀린 우리말을 사용해왔다는 걸 알게 되어 무척 부끄러웠습니다. 그러나 차츰 학습량이 늘어 표준어를 제대로 알게 되자 주변 사람들이 오용하고 있는 우리말을 지적(?)하는 데에 재미를 붙이게 되었습니다. 가족이나 친구와의 대화에서, 인터넷상에서, 텔레비전 자막에서 잘못 쓰인 우리말을 찾아 바로잡는 일을 습관화하였습니다.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때에는 항상 국립국어원 홈페이지를 열어두고 헷갈리기 쉬운 말들을 검색하였습니다. 국어교재는 두 번밖에 보지 못했지만, 새로 알게 된 표준어를 일부러 더 자주 사용해보던 습관이 제게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2.     정리노트는 필수!


시험을 준비하시는 분이라면 정리노트 한 권쯤 누구나 갖고 계실 텐데요, 저는 항상 가지고 다닐 수 있도록 호주머니에 들어갈 정도의 크기로 메모장을 두 권 준비했습니다. 한 권은 띄어쓰기나 발음, 표기 등 헷갈리기 쉬운 우리말(고유어)을 정리했습니다. 국립국어원에서 검색했던 단어라든지 교재에서 본 단어를 옮겨 적고 일상 생활에서 직접 활용하고 암기하였습니다. 나머지 한 권은 한글사용 세대에게는 어렵게 느껴질 한자어를 정리하였습니다. 일어일문학이 전공일지라도 양국에서 사용하는 한자가 다르기에 처음부터 다시 배운다는 생각으로 꼼꼼히 정리하였습니다. 한자어 영역은 확실히 시간을 들인 만큼 점수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3.     독해는 평소에 다독을


사실 저는 독해 영역과 관련하여서는 따로 공부를 하지 못했습니다. 재학 중이었기에 전공수업 과 일본어시험을 준비하며, 국어 문법과 어휘 영역을 공부하기에도 시간이 빠듯했기 때문입니다. 유일하게 대비한 것은 KBS기출문제집을 3회 가량 풀어본 것이었는데요, 문제를 풀면서 든 느낌은 수학능력시험의 언어영역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언어영역을 공부할 때와 마찬가지로, 문제집을 많이 풀어보면 물론 도움이야 되겠지만 그보다는 평소 책을 많이 읽으며 언어 사용의 감을 살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평소에 매일 신문을 1시간 가량 꼼꼼히 읽고 매주 시사주간지를 정독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짬을 내어 소설이나 에세이, 각종 교양서 등을 한 달에 4-5권 가량은 읽으려고 노력합니다. 별다른 독해 공부 없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평상시에 책을 즐겨 읽는 습관으로 언어감각이 다듬어진 데에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 공부방법을 다 쓰고 나니 별다른 비결이 없는 수험기가 되어버렸는데요, 이는 그만큼 KBS한국어능력시험이 평소에 얼마나 바른 국어생활을 하고 있는가를 평가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벼락치기 공부는 통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저도 부족한 부분은 정리와 암기를 통해 집중적으로 공부하였지만, 그 외에는 바른 우리말을 항상 사용하려 노력하고 ‘(각종)읽는 행위를 끊임없이 해 왔기에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말씀드릴 결론도 너무나 당연하고 뻔해서 재미가 없는데요, 역시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는 것입니다. 일상생활에서 우리말, 얼마나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지 꼼꼼히 살펴보시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