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KBS한국어능력시험 최고득점자 시험후기

2008.08.21

“우리말은 틀리면서 외국어만 잘하면 엘리트인 줄 아는 사람들을 보면 참 안타깝습니다.”


 


 평소에 제가 남들보다 약간 국어를 잘한다고는 생각했지만 이렇게 KBS한국어능력시험에서 최고점을 받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언론학을 전공하고 있고, 또 장차 언론사에서 일할 사람에게 국어는 늘 게을리 하면 안 되는 공부였습니다. 한 마디로 특별히 소개할 만큼 대단한 비법은 없다는 말입니다. 제가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만 늘어놓더라도 실망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우선, 어릴 적부터 책을 많이 읽은 것이 가장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식층의 집안에서 자란 게 아니라 수준 높은 책을 자연스레 접하지는 못했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집에 있는 위인 전집, 세계사 전집 등을 읽고, 읽은 것 또 읽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지식을 습득한 게 아니라 글을 읽는 속도가 빨라지고 내용을 파악하는 능력을 체득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저는 국어든 외국어든 읽기 시험에서 시간이 부족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초등학교 때부터 한자를 꾸준히 공부했습니다. 한국어와 한자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국어를 막 공부하는 어린이들이 한자공부를 하는 것은 영어 공부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자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은 우리말로 된 글을 이해하는 속도와 정도가 확연히 다르거든요. 어려운건 모르더라도 기본적인 건 알아야 한다는 거죠. 저는 방학을 맞아 한자능력검정시험 2급과 KBS한국어능력시험 고득점을 동시에 목표로 두고 공부했습니다. 그래서 몇 문제 나온 한자 문제까지 다 맞혀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미 지나간 어린 시절, 책도 많이 못 읽고 한자 공부도 안한 사람은 어떻게 하냐고 물으시는 분들이 있으실 겁니다. 그런 분들을 위해 부족하지만 제가 공부한 방법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제 국어 실력이 갑자기 부쩍 늘게 된 것은 수능 공부를 할 때였습니다. 저는 대학교를 중퇴하고 24살에 새로 수능 공부를 했는데요. 이미 머리가 굳어서 공부하기란 정말 쉽지 않았고, 그 중에서도 언어 영역이 최고로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인터넷으로 해오름 이효상 선생님의 강의를 듣고 한순간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 국어 독해란 이런 것이로구나! 하고요. (이렇게 쓰니 꼭 광고 같군요. 하지만 선생님은 더 이상 강의를 하지 않으십니다.^^) 그리고 수능 언어영역과 KBS한국어능력시험은 독해 부분이 거의 비슷한 유형이라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많은 지원자들이 어려운 공무원 수험서를 보는데, 차라리 수능 기출 문제를 공부하시기를 권장합니다. 독해 뿐 아니라 듣기, 쓰기까지 전 영역이 KBS한국어능력시험과 가장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단, 모의고사나 일반 문제집은 기출 문제에 비해 문제의 질이 좋지 않기 때문에 추천하지 않습니다.



 문학과 비문학의 경우, 지문의 내용만 다를 뿐 기본적인 독해 방법을 똑같습니다. 단락의 첫머리만 읽는다거나 하는 방법은 문제를 푸는 시간을 단축시키지도 못하고 정답률도 높이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읽었던 부분을 또 읽게 만드는 주범이죠. 저는 찬찬히 지문 전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되, 중요한 부분에는 눈에 띄게 표시해 두었습니다. 지문보다 문제를 먼저 읽는 것은 기본이겠죠? 그리고 항상 가장 마지막 단락의 주제가 글 전체의 주제일 확률이 90% 이상이라는 것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문학 역시 굳이 제목과 작가, 이런 것을 외울 게 아니라 비문학과 똑같다고 생각하고 푸시면 공부할 양이 줄어듭니다.



 맞춤법과 문법은 ‘바른 말 고운 말’, ‘우리말 나들이’, ‘한국어가 있다’, 이런 책들을 열심히 읽었습니다. 예전에 KBS 우리말겨루기에 나가려고 공부한 겁니다. 그냥 막 외우는 것보다 쉽고 재미있게 설명이 되어있어서 저절로 머리에 들어오더군요. 그 때 우리말 겨루기에서 2등 밖에 못 했는데... 다시 나가면 1등할 수 있을까요? ㅎㅎ 



 그리고 듣기는 꼼꼼히 적었습니다. 적을 수 있는 건 다. 그렇게 적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좋은 결과가 나왔네요. 이렇게 적어놓으면 보기 몇 개가 헷갈릴 때 아주 유용하더라고요. 듣기에서 헷갈리는 것은 문제가 어려운 게 아니라 제가 기억을 못 하는 것이었습니다. 반드시 들려주는 내용 안에 정답의 결정적 단서가 있더군요.



  이런 글을 적고 보니 제가 꼭 무슨 대단할 일이라도 한 것 같네요. 우리말을 제대로 쓰는 것은 일상이 되어야합니다. 우리말은 틀리면서 외국어만 잘하면 엘리트인 줄 아는 사람들을 보면 참 안타깝습니다. 단순히 시험이기 때문에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이기 때문에 우리말을 사랑하고 바르게 사용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합시다.